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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hemian

2009년 겨울 끝자락의 남도 여행

2009년 카페에서 작성한 글.. 


누가 데려가주는 여행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는 여행의 시작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길을 나서니 갈 곳이 하나도 없더라'

 
 

여행을 계획하고 "남도나들이" 란 제목하에 떠난 여행,
대도시를 벗어나자마자 네비게이션은 네비~이 개자식으로 돌변해 같이 간 일행을 이상한 곳으로 이리저리 델고 다니더니 결국 시스템 리셋~
 
'어디로 가야하나?!' 

 

못믿을 기계에 기대기보다 그동안의 여행을 따라다니느라 너덜거리거나 찢겨진 전국여행지도책으로 방향잡고
도로 표지판과 와이프의 직감을 의지해서 가는 길마다 이길이 맞나?! 하는 의심을 하며 길을 떠났다. 
그렇게 서너시간을 달려 도착한 대나무의 고장 담양, 대나무 박물관에서

 

"풀도 아닌 것이 나무도 아닌 것이..그를 좋아하노라" 

대나무보다 더 멋진 "산문의 고장" 담양이란 것을 담양을 떠날즈음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지난 설연휴에 고향에 내려가 레스토랑 오픈한 친구 가게를 찾아가다 눈길에 미끌어져 아이눈을 퍼렇게 멍들게 했다. 
그 멍이 여행때까지 갈 줄이야 ㅜㅜ 사진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플래시 강제 발광으로 멍을 드러나지 않게 커버 

'준상아 이제야 사과하는구나 미안했다' 

 



집안에서 엄마와 일상을 보내는 준상이에게 인생을 알려주는 동네형 안정민(아빠 친구 아들)

여행내내 잘 델고 놀아줘서 너무 고맙네요.. 나중에 요구르트 한잔 사야겠습니다.


담양갔으니 그동안 VJ특공대서나 보던 대통밥 한그릇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서민이라 고가의 떡갈비는 무리인 것 같기도 하고, 워낙 방송에서 떠들어댄터라 가격에는 거품만 가득하고
나름의 비법이라고는 설탕대신 올리고당을 듬뿍 넣은것 밖에 없다는 악평이 널린터라 이번 여행을 통해 맛을 보겠다는 생각은 출발부터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한상근대나무통밥집, 찾아가는 내내 이곳이 맞나? 이런 곳에 설마 그렇게 유명한 식당이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도착해 뜰을 지나 식당안으로 들어서면서 불안함마저도 식욕으로 변하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역시 전라도라서 그런가?! 음식이 맛이 나서 그런지 아니면 여행의 허기때문인지 밥나오기전 반찬만 죽어라 먹어댔던 터라 밥나오기전 반찬 그릇 하나 남김없이 
모두 비우게 됐습니다. 어쩔 수 없이 몇몇 찬만이라도 더 채워달라고 요청했는데 모든 반찬을 계속 채워주시네요. 

'미안하고 고마운 남도 인심에 모두들 감탄'

일화가 있다면 남자들이 먹은 밥은 참 맛났는데 와이프들이 먹은 밥은 약간 설익었더군요
그래서 안익었다고 그랬더니 대통밥을 새로 만들어 주시네요 유명한 곳인만큼 서비스나 관리도 확실하더군요. 
(지방을 돌면서 맛집이라 찾아가보면 장사가 잘되서 그런지 서비스는 뒷전인 곳이 대부분인데, 여하튼 감탄 ㅜㅜ)

 
죽순요리 



정성이 깃든 밥한숟가락이기에 별다른 찬이 필요 없는 것 같은 밥


 

밥먹고 나왔더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날씨가 안좋다곤 해서 비를 예상했는데 눈이 옵니다. 여행 중 이보다 반가운 게 또 있을까요??                                                                          

과장이 심하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눈내리는 죽녹원 그리고 그 안에 우리가 내가 있다는 것, 이보다 더 좋은게 어딨을까?! 



때마침 잠을 청해주시는 돌바기 아이들 덕에 유모차 끌고 댕기느라 조금 고생했지만, 품에 안겨 보채는것 보단 낫기에 잠시 애아빠의 신분은 잠시 접고 
연애시절 사진 한컷 



함박눈만큼이나 넉넉한 사람의 미소가 참 좋습니다. 



언제나 친구같은 이런 부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날은 여행을 다니는 우리를 위한 날이었을까! 죽녹원을 나오니 눈이 딱 멈춘다
죽녹원을 나올때쯤 비에 젖어 질척한 땅에 바지밑단이 더렵혀질까 조심스레 걷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지금 이곳에 우리보다 운좋은 사람이 있을까! 잠시 하늘을 전세낸 듯한 기분

  

그리고 찾아간 메타세콰이어길 

한번은 찾아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느낌은 너무 좋은 것도 그다지 나쁜 것도 아닌 그냥 양념반 후라이드반

앙상한 가지만 있는 스산한 분위기의 길이 서른 중간쯤을 보내고 있는 우리 같아 마음이 편해져 나름 운치있었지만, 

혹 다시 오게 된다면, 아이들과 함께한 여행일테니 봄이나 여름의 풍경이면 더없이 좋을 듯 싶다.  



울 가족 인증샷
내년에 이곳을 다시 오게된다면 하나가 늘어나 있겠군 (이때 와이프가 둘째를 임신하고 있었죠 ^^*)



유선전화기를 안쓰는데 콘도(화순 금호리조트)가보니 제일 먼저 전화기 붙들고 "아빠~ 아빠~"라며 또래의 아이들이 예전에 하고 때려쳤을 그 놀이를 한다
우리집 장한 아들 (남들보다 6개월에서 1년이 더딘터라 오래오래 이쁜 모냥을 많이 보여준다) 누구나 그렇듯 내 새끼라서 별거 아닌일도 감탄하고 감동하고

하지만 표정은 어린 아이의 순수함은 없구나 

"뭐야?! 주식이 얼마나 빠졌다고..?!" 




다음날 찾아간 소쇄원

여행을 떠나기전 기대했던 것에 비해 몇십, 몇백배이상의 여운을 남긴 곳 


살아오면서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 (앞날에 대해 별 고민도 걱정도 없이 그냥 되는대로 살았다. 한심하지만, 그게 나였으니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어떻게 살것인가 그리고 내 가족을 위해 훗날 어떻게 집을 짓고 살것인가?!"  


이런 진지한 생각하게 만든 곳. 

이 때의 여행이후 몇년이 지나 나도 내 정원을 갖겠노라 다짐하고 고향땅에 조경수를 심고 집터를 일구고 있다. 




집으로 가는 길에 태안반도로 넘어가 곰소항 근처 맛집으로 간다. 
곰소항... 바닷가 염전근처, 소금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해산물이 넘쳐나서인지 젓갈이 유명한 서해안 어느 바닷가 마을. 

 

우리장모집
참 허름하고 인사치레가득한 서양식의 친절한 서비스 마인드는 하나도 없는 그런 집이라 어쩌면 조금은 불편 아니 불쾌할 수도 있지만
(늘상 말하지만, 이땅에서의 불친절은 어쩌면 서비스업 종사자가 마치 자기가 부리는 종놈마냥 굽신거리길 바라는 데서 비롯된 거라 생각한다.) 


아니면 매스컴에서 나름의 컨셉이라고 할머니를 이상하게 포장해서 인지 너무 막쓰시는게 아닌가 할정도 마구 뱉어대는 욕이나 (흔히보는 욕쟁이 할망구집)
또는 필요없는 친절이나 실내인테리어로 배고픔을 속이는 여느 식당보다 장모집은 진심으로 손님이 맛나게 먹고 갈 수 있게 해주신 마음에 홀딱 반해서

밥을 몇그릇 추가했는지 모를정도로 배불리 먹고 왔다. 그중 가장 맛난던 메뉴는 깔짝거리며 쌈싸먹는다는 나를 타박하시며 입이 찢어지도록 
한입그득 쌈을 싸서 넣어주시는 할머니 손맛이 아닌가 싶다. 

 

기억나는 일화는 
돌 지나고 걷는게 좋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이것저것 집어보기 좋아하는 17개월 아들녀석이 조그마한 식당을 돌아댕기며 숟가락통을 헤집고 
젓가락으로 상을 두들기고 있었는데 이를 지켜보던 욕쟁이 할머니가 내 아들을 잠깐 흘겨 보시더니 

"이런 좆같은 새끼"  

아이는 안중에도 없이 젓갈과 배추쌈에 빠져 입이 막히도록 한쌈 싸서 입에 넣다 "캑~" 사래걸렸다 
아무리 욕쟁이 할머니라지만, 17개월밖에 안된 제 자식한테 욕하시는건 쫌 ..  어쨌든 간만에 구성지면서도 망측스런 욕 신선했다. 이런 욕 들어본지 언제던가?!

 



꼭 먹어봐야할 젓갈백반 또 가고 싶다



내소사 입구 전나무 길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이기에 길게 뻗은 길을 걷는 동안 한참 웃으며 걸을 수 있어 좋은 곳



채석강..

강이 아닙니다.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여행전 난 이곳이 강인줄 알았다)



바다에서 걷는게 첨이라 신기했는지 혼자서도 참 잘노는 아이..



뭔가 이상하죠? 뒷모습이나 찍고 있고  

녀석이 부모의지와는 상관없이 걸어댕기고 있는 터라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부모가 그렇겠죠? 
묵묵히 아이의 뒤를 받치고 봐줄 수 있는 그런 사람 



5시 해가 슬슬 질려는 시간 

싱글들 염장샷으로 찍은 사진인데.. 

조금 이상하죠? ^^*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은 커플이었습니다.

 

대낮엔 불꽃놀이를 하더라도 커플은 역시 재밌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