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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hemian/Someday

솔섬..속섬 그리고 마지막

"가족여행은 거창한 孝의 한 방법도 아니고 동떨어져 지낸 날의 보상도 아니다. 
 지금껏 자기 삶의 가장 오랜시간을 같이 보낸 이와의 같은 곳을 보며 걸어가는 동행, 즉 삶 자체다"



해마다 찾아오는 여름,
한주간의 휴가를 위해 학생, 직장인 모두가 목빼고 기다렸나보다

평소 가족 행사로 거의 매달 모이는 우리
만날 가는 논옆에 시원스레 흐르는 강이 있어 철렵도 자주 가지만, 
아무래도 여름은 바다 아닌가?! 

아버지 어머니 이모를 모시고 누님네, 울식구 그리고 작년에 결혼한 동생네까지 
처음 시작할땐 그리 큰 행사가 아니었는데 해가 지날수록 주최하려니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여름 휴가 최고 피크 7월말 8월초 딱 7월 31일 1박 2일의 여행을 
2주전에 가자고하고 방을 구하란다. 

인터넷 아무리 뒤져도 나올 일 없으니 
매년 갔던 속초, 양양, 강릉보다는 조금 아래로 길을 떠나련다. 

다행스럽게 인터넷 기사를 보고 설마하는 마음에 전화를 넣었는데 
방이 있단다. 대가족에 13평은 조금 좁을 수 있지만, 
주인아저씨가 집앞 마당에 텐트도 칠수 있단다.  

오호랏~ 여하튼 기대되는 올해 여름 여행


아래 기사는 인터넷 신문 펌 (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3/16/2011031601970.html?outlink=facebook)

동해-삼척바다 여행
바다 끼고 달리는 '옛 7번국도' 하늘·바다와 만난 '소나무 숲'

겨울의 끝 무렵, 동해는 짙푸른 몸짓으로 꿈틀댔다. 가는 겨울이 아쉬워 길을 떠난 동해 바다, 작은 포구에 있는 방파제 끝에 홀로 섰다. 인적 드문 어촌인 동해시 묵호항 인근 해변. 셔터 내린 횟집과 민박집 골목으로 해풍이 불어오고, 해변에는 발길이 끊어졌다.

바다색은 시시각각으로 달라졌다. 햇살에 반짝이던 연초록은 구름이 해를 가리자 짙은 회색으로 변하더니 이내 검푸른 빛으로 물들었다. 저 멀리 모래밭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아득한 해변이 펼쳐지고, 바다는 하늘과 경계가 희미해지는 곳까지 물러앉았다. 이 외로움과 호젓함을 찾아 밀항(密航)을 꿈꾸는 마음으로 찾은 바닷가에서 평온을 얻는다.

 일몰(日沒) 직전, 솔섬의 소나무들이 거울같이 잔잔해지는 수면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낮에는 볼 수 없는 비경(쨶境)을 드러내고 있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나무가 절묘하게 만나는 순간이다.
 동해의 한 포구에서 바라본 바다. 겨울 끝 무렵 바다는 아무도 없는 호젓함으로 나그네를 반긴다.
호젓한 바다, 묵호와 대진해변

묵호항은 오징어로 유명하지만 요즘은 밤이 되어도 집어등을 밝힌 오징어 배는 출항하지 않는다. 지난겨울 영동지방에 수십 년 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이 녹아내리면서 차가운 물이 바다로 스며들어 난대성 어류인 오징어는 구경하기 힘들다고 한다. 기름값이 만만치 않아 배 띄우는 것도 겁난다는 어부들은 포구 한편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그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에 묵호등대가 자리 잡고 있다. 동해의 원경(遠景)을 보고 싶으면 등대에 올라야 한다. 묵호항에서 등대로 올라가는 논골담길은 좁고 가파른 길 양쪽으로 슬레이트와 양철 지붕을 얹은 집들로 빼곡했다. 빨랫줄에 걸어놓은 가자미가 비릿한 냄새를 풍기며 해풍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모습이 추억을 되살려주고 있었다. 논골은 30여년 전만 해도 명태와 오징어가 많이 잡히던 동해의 대표적인 항구마을이었다. 그러나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북적대던 마을은 썰렁한 동네로 전락했다. 작년 말 동해문화원이 이 마을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매일 새벽 어선들로 활기를 띠었던 묵호항을 배경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벽화를 그려넣었다.

벽화에는 물고기가 너무 많이 잡혀 항구에 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는 묵호의 전성기가 담겨 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신고 다니던 장화를 담벼락에 가득 그려넣었다. 이름하여 '마누라 없인 살아도 장화 없인 못산다'. '신발은 집쪽으로'란 제목의 벽화에는 뱃일하던 남편들이 무사히 돌아오라는 부인네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묵호(墨湖)는 검은 호수라는 뜻. 그 이름의 비밀은 등대에서 바다를 내려다보자 풀렸다. 물이 너무 맑다 보니 해저(海底)의 검은 바위가 투명하게 드러나보여 바다가 검게 보이는 것이다. 멀리 바라다보이는 청옥산, 두타산 등 백두대간에는 지난겨울의 흔적인 잔설(殘雪)이 뚜렷했으나 아득한 바다 저쪽에서는 아지랑이 같은 옅은 안개가 봄을 예비하고 있었다.

대진해변은 망상해수욕장 남쪽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자그마한 어촌마을. 소형 어선들만 겨우 정박할 수 있는 곳이었으나 몇 년 전 방파제를 새로 쌓고 입구에 어촌체험 관광마을이란 간판도 내걸었다.

방파제에 올라서면 활 모양으로 굽어진 고운 모래 해변이 아늑한 느낌이 든다. 가끔 자동차가 눈에 띄었지만 하차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파도는 해변에 남아있던 거무튀튀해진 눈 찌꺼기를 씻어갔고, 방파제 끄트머리에는 낚시꾼이 자리를 잡고 앉아 시간을 잊고 있었다. 망연히 바라본다. 바다는 심원에서 길어올린 몸짓으로 설레고 노여워하고 가라앉고 뒤척였다. 인적 없는 이 무렵 바다의 매력은 여백(餘白)이다. 

해안을 따라 남하를 시작한다. 동해에서 삼척에 이르는 해안풍경은 크고 넓고 기운찬 것을 보고 싶은 사람의 눈을 씻어준다. 이 중 삼척해수욕장과 삼척항을 잇는 새천년해안도로 4.8㎞ 구간은 빼어난 해변 드라이브 코스로 이름이 났다. 동해에서 보았던 모래 해변이 사라지는 대신 해안절벽과 해송(海松)이 어우러진다.

동해안 드라이브는 길이 꼬불꼬불해도 옛 7번 국도를 이용하는 게 좋다. 산등성이를 돌 때마다 산과 바다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풍경을 빚어낸다. 새로 뚫린 7번 국도는 길도 넓어지고 직선으로 쭉 뻗었지만 해안과 떨어져 바다와 함께 달리는 재미는 떨어진다.

 묵호항에서 묵호등대로 올라가는 논골담길에 그려진 오징어 벽화. 해풍(海風)에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이다.
 빨간색 공중전화기와 70년대식 간판이 걸린 구멍가게 모습을 그린 묵호 논골담길의 벽화.
 신발을 집 쪽으로 그려 넣은 벽화는 뱃일을 하는 남편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아낙의 마음이 담겨 있다.
 해풍에 명태를 말리는 모습.
모래톱 위 소나무숲, 삼척 솔섬

군더더기 하나 없는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솔섬은 이 세상 풍경이 아닌 듯한 모습이다. 2007년 사진 작업을 위해 한국을 찾은 영국의 세계적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가 우연히 삼척 해안가에서 찍으면서 유명해졌다. 하천이 바다로 흘러드는 하구(河口) 모래톱 위에 소나무 수백 그루가 가지런히 모여 있다. 강과 바다가 만나고, 하늘과 물이 어우러지고, 수직으로 솟은 소나무와 수평으로 몸을 낮추는 수평선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풍경은 바로 옆 LNG(액화천연가스) 저장기지 건설공사 현장의 대형 크레인과 소음으로 그 정취가 많이 줄어들었다. 솔섬은 한때 LNG 저장기지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솔섬 부지는 건드리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돼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당시 솔섬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사진작가와 시민단체들이 보존 운동을 벌였다.

이 기지가 완성되면 솔섬 뒤의 아름다운 바다를 더이상 구경하기 힘들지 모른다. 이런 아쉬움 때문인지 어수선한 솔섬에는 요즘 일주일에 200~300여명의 사진작가와 관광객들이 찾는다고 한다.

흔히 솔섬이라고 알려졌지만 주민들은 '물속에 있는 섬'이란 뜻으로 '속섬'이라고 부른다. 동해로 흘러드는 가곡천의 유속이 느려지면서 모래와 고운 흙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에 쌓여 형성되었다. 이곳에 바람에 날려오거나 물에 쓸려온 소나무 씨앗이 섬에 뿌리를 내리고 둥지를 틀어 소나무 숲이 됐다. 평소에는 하천 수량이 적어 섬 뒤 모래밭과 이어져 있지만 여름철 물이 불어나면 명실공히 섬이 된다.

대낮의 솔섬은 해안가에 있는 흔한 소나무 군락에 불과해보인다. 하지만 황혼 무렵이면 소나무가 어둠이 밀려오는 바다에 투영돼 또 다른 풍광을 연출한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소나무가 절묘한 3박자를 이루며 고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달빛 아래서는 더 교교하다. 바람이 숨을 죽이는 일몰부터 일출까지 위치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솔섬의 모습을 담기 위해 하룻밤 묵는 사진작가들도 많다. 파도가 거친 날에는 갈 곳 없는 갈매기 수천 마리가 날아들어 섬 전체를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얗게 물들이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솔섬 뒤로는 동해안에서는 보기 힘든 몽돌해안이 펼쳐져 있다.

먼바다에서 진군해온 어둠이 사위를 삼키고 새들도 서쪽 산 너머로 자취를 감추면 풍광은 사라지고 소리만 남는다. 오랜 세월 뿌리를 박고 살아온 이 소나무들은 밤새도록 파도소리를 들으며 새벽을 맞이한다. 어느새 동해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삼척에서 맛볼 수 있는 곰치국.

여 행 수 첩

①묵호
: 영동고속도로→강릉→동해고속도로→망상IC 하차(묵호항 방향)→묵호항. 묵호항 선어판매센터에서 북쪽으로 300여m 가면 벽화골목인 논골담길이다. 이 골목길을 따라 산등성이로 올라가면 묵호등대(묵호등대해양문화공원)가 나온다. 묵호등대에서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면 어달리 해변이다.

②대진해수욕장: 묵호에서 북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2㎞ 정도 가면 된다. 망상해수욕장 남쪽 끝에서 연결되는 작은 해변 마을로, 몇 년 전 방파제를 새로 만들고 관광지로 꾸몄다.

③삼척 월천리 솔섬: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직진→호산IC에서 빠져나와 태백 가는 방향으로 직진→호산삼거리 24낚시백화점 앞에서 좌회전→월천 옛교를 건너자마자 월천2·3리 쪽으로 좌회전하면 솔섬이 건너다보이는 월천마을이 나온다(내비게이션: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 261번지) 

묵호항 인근 바닷가에 호텔·모텔·펜션이 몰려 있다. 묵호항과 묵호등대에 걸어서 갈 수 있는 숙소를 정하는 게 좋다. 삼척 월천리 솔섬에는 인근 마을에 김종오씨(010-6749-6421)가 민박을 운영하고 있으며, 호산비치호텔(033-576-1001)도 해안 경관이 좋다.

묵호항은 오징어 물회가 유명하지만 요즘 동해 연안에 저수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은 어군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대신 한류성 어종인 가자미로 만든 물회를 내놓는다. 가자미 세꼬시에 배·양배추·양파 등을 썰어 넣고 초고추장을 푼 물에 말아 먹는다. 얼음을 넣어 시원한 맛을 살렸고 가루 김을 고명으로 얹었다. 묵호항 선어판매센터 앞 횟집에서 1만5000원.

삼척의 명물은 곰치국이다. 곰치 몇 토막을 신 김치와 함께 넣어 얼큰하게 끓여낸다. 살이 순두부처럼 흐물흐물하고 매우 부드럽다. 거북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숙취해소에 좋은 해장국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겨울이 제철로 삼척 지역 횟집에서 1만원 정도에 맛볼 수 있다.

동해시청 관광진흥과(033-530-2481), 삼척시청 관광정책과(033-570-3530)